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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와 렘베르토의 여행일기

신혼여행2. 로마에서의 첫번째 식사, 마트와 딸기 그리고 재밌는(?) 숙소 본문

2022 이탈리아 (로마-아씨시-피렌체)

신혼여행2. 로마에서의 첫번째 식사, 마트와 딸기 그리고 재밌는(?) 숙소

angieee 2022. 10. 4. 21:10

2022년 9월 기준으로 피우미치노 공항(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서 로마의 중앙역인 떼르미니역 까지의 택시비는 정찰제로 500유로 라고 한다. 유랑 카페에서도 미리 알아 두었고 혹시라도 있을 금액 바가지에 대비해야 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로마에 오랫동안 거주중이신 남편의 친구분이 우릴 공항으로 마중나오셨다. 공항에서 우리가 나오는 순간부터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주시는 동시에 환영해주시던 친구분. 나는 처음 본 분이였지만 따뜻하고 착하신 분이라는게 느껴져서 매우 편안했다. 친구분이 능숙한 이탈리아어로 택시도 직접 잡아주셨다.

 

택시에 타자 마자 친구분이 우리 부부에게 챙겨주신 생수. 평창수랑 삼다수의 까끌하고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도 잘 맞는 물맛이었다. ^^ 해외에 나가면 나는 제일 궁금한 것이 음식도 그렇지만 자연 풍경의 색깔이다. 내 눈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자연과는 어떻게 다른지가 늘 궁금했었다. 호주에 처음 여행을 했을 때 하늘이 지상에 더 가까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국에서 보지 못한 풀이나 나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는데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그것과는 색채가 조금은 달랐다. 나 혼자만의 추측이긴 하나, 뜨거운 햇살로 인해 식물의 명도가 더 높고 따뜻한 기후 덕에 살짝 익은 듯한 저채도의 색에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는 약간의 파스텔 톤으로 느껴지는 풍경. 서양화가들의 그림이 괜히 그런 톤인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떼르미니 역이 있는 로마 시내로 가까워질 수록 옛 건물들과 유적지가 조화된 풍경이 펼쳐졌다. 옛날과 현재가 섞인, 그러나 현재조차 옛 풍경에 녹아드는 듯한 고전적인 도시.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 처음으로 간 식당, Target.
친구분께서 미리 예약을 해두셨고, 우리 셋은 야외 테이블에 자리했다. 처음으로 로마 땅을 밟아 처음으로 갖는 식사자리인데, 나만 어질어질한 컨디션. 유독 멀미기운이 가시지 않아 원인을 잘 생각해보니 비행기 안에서 잠들기 위해 먹은 한 알의 수면유도제가 떠올랐다. 그걸 먹고도 잠은 고작 두 시간 남짓이나 잤을까? 깨어나서 와인과 맥주를 마시고 착륙 시 기체 흔들림을 강하게 겪었으니 머리가 당연히 어지러울만 했다.

 

다음 번에 장시간 비행을 또 하게 된다면 절대 약과 술은 함께 먹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핑핑 도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 풍기 피자. 신선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올라간 피자가 너무 맛있어 보였는데 겨우 한 입만 먹고 그나마도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나를 제외한 남편, 남편 친구분은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었다.

 

떼르미니 역 바로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들어오는 길에 한 컷.

예약한 숙소가 예상과는 다르게 조금 당혹스러웠다. 왜 유럽 호텔은 왠만하면 별 4개짜리 이상으로 잡으라는 지 이해가 됐던, 웃음을 자아냈던 첫째 날 로마의 호텔. 나는 그럭저럭 특이해서 이것도 추억인 셈 쳤는데 생활공간에 예민한 남편은 특히나 당황스러워했다. 분명 여긴 로마인데 호텔방은 키치한 뉴욕 컨셉! 곳곳에 자유의 여신상, 팝아트 그림이 인쇄된 싸구려 플라스틱 포스터들이 붙여져 있었고 알 수 없는 어두운 색채의 벽돌로 방안이 둘러져 있었다. 정말 그저 웃음이 나오는 인테리어🤣 잡아 둔 방을 고대로 두고 새로운 호텔을 예약하는 걸 고려하는 남편을 만류하고 고작 이틀 삼일인데 그냥 묵자고 달랬다. 사실 시트나 수건은 깨끗했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와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 종일 돌아다닐 거니까.. 더 아늑하고 세련된 호텔에서 묵으면 누구나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다고 환불도 안 되는 호텔을 두고 다른 데 가는 것 보다는 이것도 추억이려니 하는게 더 맘편했으므로.

 

여행의 첫날 밤에는 저녁 8시라는 이른 시간에 기절하듯 잠이 들어 버렸고, 시차적응이 안 되서인지 새벽 1시에 깨버렸다. 떼르미니역 마트에서 사 온 과일들 중에 딸기를 먹으며 졸음이 오길 기다렸지만 너무나 또렷하고 맑은 정신.. 여행에 오면 그 나라에서 나는 농산물들을 맛보는 게 나에겐 특히 궁금한 일 중에 하나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맛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또 어떤 것들을 보고 듣고 사는지. 그런 것들이 모여 인간의 기질과 삶을 구성해 나가는 것일테니까! 그러고 보면 나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걸 알고싶어 하는 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을 잃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할까? 호기심의 씨앗이 다시 자라고 자라 주변에 진정한 관심을 두고 살아간다면 좋겠다. 그래야 삶이 훨씬 더 실감나고 재밌을 것 같아서! 호주에서는 딱딱이 복숭아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탈리아의 딸기는 어떨지 궁금했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한국 딸기가 세계에서 제일 달고 맛있다는 말이 실감되었다.그렇지만 이탈리아 여행 중 먹은 다른 과일들 중에는 정말 달고 맛있던 것들이 많았다. 지금도 입 안에서 톡 터지는 탱글한 백포도의 진득한 단맛과, 피렌체의 호텔 조식으로 나왔던,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달달하고 아삭한 붉은 수박의 맛이 생생히 떠오른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더 맛있는 특산품이 있게 마련이겠지만 그 조차도 신비한 일이다. 다른 토양과 다른 햇살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차이들.

다행히 시차에는 서서히 적응해갔지만 첫날의 속 울렁거림과 시차부적응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천천히 적응해나가 다행이다. 물리적으로도 멀리 떠나오긴 했지만 여행에서의 크고 작은 경험들이 타성에 젖었던 일상을 금세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것 같다. 열 세시간의 비행을 하는 동안 내 방 침대에 고스란히 두고 온 불안 그리고 걱정과도 멀어졌으니 말이다. 재밌는 사실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 모든 무거운 감정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아직도 남아있는 떨림을 갖고 이 여행기를 쓸 수도 없었겠지. 그 감정들도 여행을 떠난 걸까? 그렇다면 멀리 멀리 여행 가서 좋은 것 많이 보고, 기쁜 마음으로 자라나길. 그렇게 살다가 다시 와주면 열렬히 환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