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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와 렘베르토의 여행일기

신혼여행3. 로마 시내투어, 내가 지금 판테온이라고? 본문

2022 이탈리아 (로마-아씨시-피렌체)

신혼여행3. 로마 시내투어, 내가 지금 판테온이라고?

angieee 2022. 10. 5. 18:17

이탈리아에 와서 처음 맛보는 카푸치노! 이날 여기 빵은 별로였지만 커피는 (어딜가나)정말 맛있었다. 여운이 남는 고소한 맛.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우유거품을 아주 부드럽고 쫀득하게 만들어 준다. 바에 서서 금방 마시고는 곧바로 결제하고 나가는 손님들. 우리도 그 사이에서 빵과 커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로마 시내 투어를 위한 약속장소로 향했다.

스파냐역 근처 골목길엔 명품샵과 예쁜 가게와 식당들이 많다.

스페인광장으로 가려면 떼르미니역에서 스파냐역으로 가야했는데, 일단 지하철과 버스 이용권을 끊으러 떼르미니역의 메트로-M표지판을 따라 내려갔다. 우린 로마에서 3일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라 72시간 이용권을 끊었는데, 처음엔 틀린 기계에 가서 하느라 실패했고 혹시나 해서 다시 한층 더 내려가니 어느 블로거가 찍어 올린 사진 속 그 기계가 있어 드디어 끊을 수 있었다. 기계별로 카드가 되는 것, 지폐가 먹히는 것, 동전만 먹히는 것 등이 있어서 경우에 따라 잘 시도해보면 되지만 간혹 집시가 다가와 친절히 알려주려 하면 무조건 경계하고 거부의사를 표시할 것. 우린 역무원이 다가와 집시에게 주의를 주었고, 집시가 우리에게 접근하려다가 실패했다.

기운을 차린 아침. 스파냐역에 나오니 오래된 건물과 도로 위로 드디어 로마를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로마 오전 시내 투어를 신청해두었고 FURLA매장 앞에서 가이드님과 만나기로 했다. 수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한 스페인광장! 저 멀리 오벨리스크 탑이 보인다. 스페인광장은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은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다 계단에 떨어진 크림이 소중한 유적지인 계단을 부식시켜 이젠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오벨리스크는 성당이 있는 곳 위주로 세워져 있다.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성당 순례를 하게 될 듯 하다.

스페인광장 앞 분수에서 사이좋게 놀고 있는 비둘기들

이 분수도 참 오래된 것인데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옛것이 현재까지 유지되며 사랑받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실물로 볼 수 있고 시간을 느낄 수 있고 같은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트레비분수

트레비분수 앞에 서 있다니! 감흥을 느끼기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소매치기를 당할 까 군중 사이로는 마음 편히 갈 수는 없었던.. 더군다나 트레비 분수를 배경으로 찍으면 역광으로 나왔다. 하지만 조각상들의 섬세한 장식은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계속 나오는 감탄사이지만 저게 어떻게 가능했지 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이탈리아의 따뜻한 햇살, 오래 된 길과 따스한 버터색과 레몬색의 건물들. 사진으로만 보며 나 홀로 그리워 한 낯설고 동시에 낯익은 풍경들. 이런 골목들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좁다란 골목이 끝나면서 커다란 광장이 짠 하고 나올 때가 많았다. 로마에서도, 피렌체에서도, 시에나와 아씨시에서도… 순식간에 풀어헤쳐지는 선물상자같은 거랄까?

아그리파 장군이 기원전 27년에 세운 판테온을 2022년의 내가 눈 앞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현실적이다. 마치 환상과도 같은 이 여행길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듯 했다.

예상치도 못한 장관을 보는구나.

판테온은 현재 성당으로 쓰인다고 한다. 곳곳에 제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하게 그곳에서 라파엘로가 잠들어 있는 무덤을 만났다. 마치 그 앞으로 초대받은 듯한, 나를 이곳으로 오게끔 세상이 허락해준 듯한 그 순간에 감격이 차올랐다. 가이드님과 다른 여행자분들도 함께 있었기에 눈물을 꾹 참았지만, 비로소 내가 르네상스와 그 시대의 거장들을 만나려는 소망을 안은 채 이탈리아에 온 것이 더더욱 실감났다.

로마시대의 그 판테온을 만났다

이렇게 현대의 것이 옛 것에 녹아들며 한 곳에서 공존한다.

가이드님의 추천으로 들른 카페에서 처음으로 맛 본 에스프레소! 나는 커피와 카페인에 약한 체질이지만 남편은 커피를 잘 마시는 편이라 한입 먹어보았는데 깊은 고소함이 느껴지는 여운이 긴 풍부한 맛이었다.

카페 이름 기억하기. 구글에 검색하니 산트 유스타치오 라고 나온다. 그 반대편 쪽의 타짜 도로 커피 또한 아주 우수한 맛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커피를 마시고 판테온을 벗어나 계속해서 걷는다. 베네치아 광장에 도착하기 전 먼저 베네치아 궁전 내부 마당을 살짝 구경할 수 있었다. 마당에서는 가이드님이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총 다섯명인 여행객에게 이탈리아인들이 과거 무솔리니를 어떻게 처단했는지 보여주었다.

그렇게 궁전과 광장을 지나 드디어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포로 로마노를 바라보며 설명을 듣는데, 앗.. 여행 간다고 새로 산 내 뉴발란스 327 문빔이 진청바지에 물든 보습을 포착하고 잠시 멘붕을 겪었다. 평소 잘 사지도 않는 신발인데.. 속상함도 잠시 그냥 청바지 걷어 입자! 하며 돌돌 말아 롤업하고 다시 설명을 듣는다. 그렇지만 이미 세 시간 남짓을 울퉁불퉁한 로마 바닥을 걸어왔기 때문에 다리가 무지 아파온다.

즐겨보던 드라마 ROME이 저절로 떠오른다

콜로세움 앞에서 콜로세움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로마 시내투어 가이드가 종료되었다. 잠깐 동안이라 친해지기엔 무리지만 서로 사진도 찍어 주고, 같은 추억을 공유했다는 것 때문인지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은 아직도 많이 생생하다.

이제 남편과 나는 투어를 끝내고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하여 야외 테이블 위에 놓인 파스타가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간다. 사실 찾아 볼 기력이 없기도 했고 구글맵 별점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의 느낌대로 들어가는 것도 재밌었다.

첫날 울렁거림 때문에 먹지 못하고 눈에 아른거렸던 봉골레 스파게티를 시켰다. 이탈리아 전체에서 먹은 것 중에 손에 꼽는 맛! 캐주얼한 가정식 느낌이 나는 식당인데 재료는 신선하고 양이 푸짐했다. 생선 요리가 먹고 싶어 시켜본 sea bream은 도미 라고 한다. 도미를 통째로 구워 함께 구운 감자와 채소와 함께 먹는 간단하고도 멋진 요리. 나는 사실 이런 요리를 좋아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 재료가 신선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왓챠에서 더 롬 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본 적이 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어린 시절부터 카이사르와 부르투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세네카 까지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배역이 정말 잘 어울리고 소품과 의상 고증에도 상당히 신경 쓴 티가 나서 생생한 로마시대 안에 살아가는 것 처럼 느껴지는 드라마이다. 시즌 2 까지만 제작된 것이 너무나 아쉬운.. 그 드라마를 볼 때 로마에 꼭 와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열정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투쟁하고 슬퍼하는 우리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고대 사람들. 로마의 건축물들을 보니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본능적인 세계였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잔학성과 권력욕, 명예욕과 미를 추구하는 욕망까지도. 그렇지 않았다면 거대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밀한 건축과 조각들이 그렇게 많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그걸 만들었을 노동자들의 노고가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했다. 그 당시의 기술을 찬양하기에 앞서 말이다. 더 높고 더 멋지고 더 화려한 삶을 위한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의 마음과 드높은 야망. 그 영광을 위한 상처들이 함께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탄생한 아름다움이기에 그들을 떠올리는 것은 한편으로는 잊지 말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리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땅에 살고 있는 현재의 로마인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들은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작은 감정표현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줄 알고, 활기 있는 반응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은 이탈리아의 언어에서도 잘 드러나서 이전에 이탈리아 유학을 가고 싶어 이탈리아어 책을 들여다보았을 때에도 이 말 속에 녹아 있는 쾌활하고 천진한 정서가 느껴져 마치 가보지도 않은 나라가 마음 속의 고향인 듯 느껴진 적도 많다. 감정과 표정 언어의 풍부한 표현은 우리나라와도 많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뜨거움도 즐거움도 분노와 어색함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나는 좋은가 보다. 사랑스러움은 진실함에서 비롯되는 것. 나는 사랑스러운 것들이 좋다!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가까이 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