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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와 렘베르토의 여행일기

신혼여행4. 베르니니를 만나러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본문

2022 이탈리아 (로마-아씨시-피렌체)

신혼여행4. 베르니니를 만나러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angieee 2022. 10. 9. 01:42

로마 여행은 걷는 일이 많다더니, 여행에서의 대부분은 무언가를 보면서 걷는 일이었다. 오전에 시내 투어를 한 후라 체력이 살짝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보르게세 미술관을 가기 전 마침 가는 길이던 보르게세 공원에서 한 시간 가량을 쉴 수가 있었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한국에서 미리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피곤하더라도 변경이 불가능했던 일정이어서 휴식은 기대도 하지 못했었는데, 더 잘 관람하기 위한 감사한 휴식이었지. 참고로 보르게세 미술관은 예약을 하고 나면 취소나 변경이 거의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처음에 예약해 둔 일정이 바뀌어 취소해야 했는데 도저히 취소를 하기 힘들어 그 전날 일정으로 추가로 또 예약한 것이 바로 이날이었다. 엄청난 비용은 아니기도 하고 '여행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로 넘길 순 있었지만 한번 예약해두면 그 시간과 날짜를 변경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히 해야하는 점을 기억해둬야 겠다. 예약은 티켓원 사이트에서 했고, 내가 예약 할 9월 당시에 보르게세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짭퉁으로 만든 예약사이트도 있었으니 이런 부분을 늘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정보는 유랑에서 얻었다. ^^

아까 그 도미 생선 구이를 맛있게 먹고 보르게세로 가는 버스를 찾아보고 남편이랑 같이 버스로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보르게세로 오는 길에는 북적북적한 로마 시내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큰 대로변에 늘어서 있는 SPA브랜드들, 정장 가게, 유심 가게, 각종 매장들, 버스를 기다리고 쇼핑을 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사람들의 모습.. 길가에 세워진 키 큰 가로수들은 올리브색 나뭇잎이 풍성했다. 낯선 언어로 들려 오는 버스 안내음성을 들으며 한 정거장 한 정거장씩 체크해갔다. 보르게세 공원이 있는 버스정류장은 시내 번화가의 끝에 있는 느낌으로 분위기가 한적했다.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넓고 푸른 풀과 끝이 안 보이는 기다란 산책로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었고 주변은 쾌청하고 고요했다. 번화가의 북적이는 모습과는 대조되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또 새로웠다. 도심과 떨어지지도 않은 바로 한 가운데에 센트럴파크가 있는 뉴욕은 또 얼마나 멋질까.

보르게세 공원 안에는 이런 넓은 잔디 광장이 있는데, 로마 시민들이 이곳에서 조깅을 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원과도 잘 어울리는 분수대.

나무와 잔디들이 많은 넓은 공터에서는 나무 그늘을 휴식처 삼아 사람들이 삼삼 오오 누워 책을 읽거나 쉬고 있기도 했다. 나도 돗자리 없이 풀 위에 눕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스타일인데, 깔끔한 남편은 그런 것을 싫어할 터라 우리는 벤치를 찾아 신발을 벗고 앉아서 쉬었다. 미술관 입장 시간은 오후 네 시였는데, 입장 시간은 꽤나 철저히 지켜진다. 미리 들어갈까도 했는데 입장시간 10분 전 쯤 오라고 안내해 주셨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 입장할 때 종이에 프린트해 간 입장권이 정말 유용했다. 물론 여행 전에 집 안에서 편안하게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예매를 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과거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겠지만,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디지털 기기를 늘 믿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여기가 바로 보르게세 미술관 건물이다. 넓은 공원에 비하면 아담해 보이지만 왠걸 들어가면 작품수가 정말 많고 공간 마다 작품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아직은 입장시간이 되지 않아 한적하게 산책해보는 우리. 올리브색 나뭇잎사귀와 맑은 하늘, 포슬하게 느껴지는 흙바닥과 조용한 분위기가 그 자체로 휴식이다.
한국에서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 다른 나라의 나뭇잎. 식물들도 색깔과 모양이 비슷한 듯 낯설고 다르다.

3시 50분 쯤이 되어서 미술관에 입장했다. 언뜻 보면 미술관 정면의 계단을 올라 큰 문으로 입장해야 할 것 같지만 처음 시작되는 입구는 정면에 작게 보이는 지하로 통하는 가운데 문이다. 그곳으로 들어가 안내원에게 예매 바우처를 보여주면 입장할 수 있다. 당일 현장 예매는 마감되었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매할 때에도 보르게세는 유독 오전 시간대 예매가 모두 차 있어서 오후로 한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것이기도 한가보다. 나처럼 베르니니의 조각 작품을 보러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미술관에 입장하면, 가방을 매고 오는 사람들은 입장 기준 가방 사이즈를 초과하면 가방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내 가방은 입장 가능한 가방 사이즈 기준보다 좀 큰 편이라 가방을 맡기고 확인 종이를 받았다. 입장 줄은 딱히 길지 않았고 거의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마 주말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맨 처음 들어가자마자 1층의 라운지 같은 넓은 방으로 가는데, 그 방 한 가운데에 베르니니의 대표작 중하나인 페르세포네의 납치가 전시되어있다. 내가 한국에서부터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아폴로와 다프네'이지만, 이 작품 또한 허벅지를 손으로 감싸는 느낌이 진짜 사람의 살덩이처럼 표현되어 유명한 작품이다. 핸드폰 화질은 조금 아쉽지만 360도를 돌면서 여러번 구경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한 자리에서 몇 분간 감상을 한다고 해도 모자라다는 것이다. 일주일 뒤, 한달 뒤, 3개월 뒤 마다 시간이 나면 보러 오고, 또 보고 싶으면 와서 보고 싶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걸 담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조금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여행을 하다보면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다 담고 싶은게 사람의 욕심이겠지? 그런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것을 다 볼 순 없다' 는 마음. 나 또한 이 작품을 처음 볼 당시에는 가장 유명하고 인상적인 손과 허벅지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면, 모든 방을 다 관람하고 다시 1층으로 돌아와 이 작품을 또 다시 볼 때엔 그 전에 보이지 않았던 아랫부분의 개 세마리가 보였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페르페소페의 종아리의 굴곡이나, 강아지의 목덜미에 난 털을 조각한 부분이 새롭게 눈에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사진은 꼭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작품을 만든 시간은 그 작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포함해서라도 엄청난 인고의 긴 시간일텐데 그것을 고작 몇 분 안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래서 미술 작품을 조금이나마 더 마음에 담기 위해서 이탈리아에서 빈 아파트 한달 살기 같은 여행도 해보고싶은 마음이다.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전혀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몇 날 며칠을 봐도 부족하다.

여행에서 사진이 남는거라곤 해도 사진에만 집착하는 건 나도 싫었다.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의 여행이면 모를까 그건 아니었고. 그렇지만 인상 깊은 것들은 꼭 사진으로 한장씩은 남기고 싶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늙은 남자를 떠받든 젊은 남자의 표정이 격정적이거나 에너지 넘치는 것도 아닌데 정말 생동감있다. 살아 있는 듯한 멍한 표정. 무언가를 포기한 걸까? 입은 살짝 벌려져 있고,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이전에 먼저 내가 그 작품과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는게 훨씬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어떤 작품을 볼 때 본인의 선험적인 배경 지식을 동원해 먼저 호기심을 가져보고 그걸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이건 이렇게 만들었던 걸까? 이 작가는 이걸 이런 이유 때문에 만든 건 아닐까 등등. 그것이 정답이건 사실이 아니건 상관없이 그 질문 자체로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커져간다. 그 후에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사실에 기반한 설명을 듣거나 찾아본다면 더 기억에 남고 와닿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이 한 도시에서의 여유 있는 한 달 혹은 몇 개월 짜리 여행을 한다면 더 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겠지. 이런 점에서는 일년에서 몇 년을 유학하는 유학생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남편과 꼭 한 도시에서 최소 한달 살기 여행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사실 보르게세 미술관을 예약할 때만 해도 베르니니의 조각 작품을 보겠다는 목적 외엔 없었는데, 실제로 와 보니 여러 방에는 벽마다 자리마다 천장마다 정말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반가웠던 건 카라바조의 바쿠스!!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생기 있고 예쁜(!) 바쿠스는 피렌체의 우피치에 있다고 며칠 뒤 시에나에서의 가이드분이 알려주셨다. 이날 로마의 보르게세에서 내가 본 바쿠스는 서양미술사 시간에 프로젝터 빔으로 화면에 띄워 두고서 조이한 교수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그 작품이었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었기에 그 당시엔 훨씬 더 흥미가 덜 한 때였는데도 그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늘 작품에 마음과 시선을 집중시키시며 강의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며칠 뒤 우피치 미술관에서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의 작품을 볼 때 교수님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위대한 페미니스트 예술가의 대작. 그림이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나의 대학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세상을 바꾸는 예술을 하고싶었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다비드. 결연하게 앙 다문 입술과 진지하게 찡그린 미간, 반듯하고 까리하게 잘 생긴 얼굴. 조각을 실컷 보고 나서 까라라 대리석으로 조각 작품 만드는 과정이 너무 궁금해서 유튭으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저 차분히 정과 망치로 두들겨 형태를 찾아갈 뿐이었다. 마치 모두 예견되어 있었다는 듯, 원래 탄생해야 할 작품의 탄생을 묵묵히 도와주기라도 하는 듯. 그래서 더욱 대단해 보였다.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에 대해서 놀란 마음도 들었다. 거의 마지막 방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낸 '아폴로와 다프네'. 이탈리아로 출발하기 전 인터넷 창으로 우피치, 아카데미아 미술관, 보르게세 미술관의 공식 홈페이지의 콜렉션 페이지들을 각각 열어두고 소장품들을 미리 알아보았는데, 보르게세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을 실제로 본다니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월계수잎으로 뒤덮여가는 다프네의 몸과 잎파리들을 조각한 것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세 미술관의 공식 홈페이지들은 여행에서 돌아와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여전히 그 때 그대로 열려져 있다. 아직도 여행 전의 설렘과 여행 후의 여운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가보다.

대학 입시 때 사람의 발을 그리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그래서인지 조각작품에서도 발을 위주로 보게된다. 처음 발을 소묘할 때 발등에서부터 넓어지며 부채꼴처럼 넓어지는 발가락 부분을 그려야 했는데 발등보다 발가락 영역을 좁아지게 그려서 내 그림을 보고 선생님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신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인체의 부분에서 발의 형태가 유난히 신경쓰였던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미술관을 몇 군데 들르며, 혹은 오래 된 건물의 모퉁이에서도 가끔씩 성모자화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기억에 많이 남는 성모자화는 바로 아래의 것이다.

캡션을 보니 폼페오 바토니라는 작가의 그림이다. 1700년대를 살았던 화가와 작품으로의 조우. 쪼글쪼끌하고 통통한 아기 예수의 뽀얀 손가락은 엄마인 성모 마리아의 턱을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다. 두 모자의 빛나는 살결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행 중에 특히나 중세의 이콘 안에 있는 성모자화를 많이 보았는데 그 그림에서의 표정 없고 정형화된 성모자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늑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그림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바로 아래의 그림을 발견하자마자 나와 남편이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라파엘로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라파엘로의 작품인 줄 모르고 멀리서 볼 때도 느껴지는 생동감있는 살결과 표정에 끌리듯이 앞으로 다가갔는데, 오전에 판테온에서 인사를 드린 라파엘로의 그림이었던 것이다. 이 곳에서 또 감동을 하고 말았다.

그림과 조각과 함께 곳곳에 전시되어 있던 바로크 시대의 모자이크 장식이 되어 있던 책상들. 모자이크 부분을 확대하여 촬영해보았다. 고전적이고도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화려하게 장식된 가구가 그렇게 끌리진 않았다. 확실히 나라는 사람은 장식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작은 방들을 다 둘러보는 동안 발이 아프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한 층이라도 안 보고 갈 순 없었기에 열심히 보았다. 얼마 전 난방시스템이 고장나서 온도 변화 때문에 작품들이 많이 훼손되었다는데 사실 그 전 상태를 직접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지만 가끔씩 액자 속 캔버스가 휘어져 있던 것들은 보았다. 처음엔 그게 그림이 훼손된 것인 줄은 모르고 원래 그런 줄 알았는데, 남편의 친구분께 그 원인에 대해 듣고 나니 약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보르게세까지 보고 나서는 어서 뉴욕스타일(?)의 호텔 방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들어 오자마자 미리 마트에서 사 두었던 병맥주를 같이 나눠 마시고 딸기와 함께 샀던 청포도도 먹었다. 확실히 와인이 유명한 나라여서 그럴까? 포도의 뽀도독거릴정도의 탱글함과 당도가 남달랐다.

하루 종일 고생해 준 우리의 운동화들. 편한 쿠셔닝이 있는 운동화는 여행 시 필수품이다!

여행에 와서도 다이어리에 손으로 기록하는 타임라인 기록은 되도록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디지털 기록도 좋지만 그 날과 최대한 가까운 때에 현장감있는 기록을 하기엔 손으로 하는 기록만한 게 없다. 핸드폰 메모장도 물론 좋지만, 손으로 쓰면 느낌이 더 살아있는 것 같다. 기분도 서체에 반영되는 것 같고, 내가 느낀 걸 바로 드로잉으로 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 많은 드로잉북과 펜을 가져올까 욕심도 났지만 내려놓고 딱 한가지만 들고 왔다. 드로잉은 좀 더 기간의 여유가 있는 여행을 가서 꼭 하고 싶다. 하루 종일 걷고 쉴틈 없이 옆사람과 다른 것을 보러 가야 할 땐 한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왠지 상대방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집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기억으로 많이 담아 오고 사진으로 남겨 오려고 많이 노력했다. 집에 돌아와 그릴 수 있을 때 언제든 그릴 수 있도록 말이다. 돌아와서 시도해보니 알게된 것은, 현장에서 바로 보고 드로잉하는 것이 최고이고, 그러지 못할 경우는 반드시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세히 찍어서 시각적 자료를 많이 준비해두어야 한다.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 내가 그리고자 했던 것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생한 그림을 그리며 여행해 보는 기회도 언젠가는 주어지겠지? 조금 덜 지치면서, 그리고 여행 중에는 특히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동시에 빠르게 관찰해서 드로잉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그림을 자료에 기반해서 그려야 할까? 결국 그림이란게 내가 본 것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일까?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한다면? 실물과 같지 않더라도 희미해져가는 기억에 나의 의도를 더 담아낼 수 있다면? 어떻게 그리던 결국 내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나 이다.